상주부동산협회

상가권리금 법제화에 대한 우려

상가권리금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5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그 다음날인 5월 13일 바로 공포, 시행되었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권리금을 보호받게 된 데 대해 영세 임차 상인들은 반기는 분위기 이지만 ‘분쟁양산법’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부동산거래시장에서 권리금 계약은 양도인ㆍ양수인과의 계약임에도 임대인이 개입할 경우 임대료(보증금 및 월세)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또 다른 임차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입지가 좋은 상권의 경우 건물주가 권리금 리스크를 월세에 반영하여 보상받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인이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 면책사유에 해당된다. 1년 6개월 동안의 월세가 권리금보다 현격히 낮다면 임대인은 1년6개월 동안의 월차임을 포기할 수도 있다. 최근 서울시가 조사한 권리금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서울시내 상가 평균 권리금은 9,780만원이며,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권리금이 월세의 평균 53배로 나타났다.

상가권리금 법제화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전통시장이 제외된 부분이다. 개정된 법률에는 상가건물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규모 점포 또는 준대규모 점포의 일부인 경우 권리금이 법으로 보장되지 않도록 예외조항을 뒀다. 이 때문에 면적 3,000㎡ 이상의 대형마트와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전통시장은 제외됐다. 영세상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가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권리금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리금은 바닥권리금,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과 같은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고 객관적 평가가 어려워 실제 소송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개정법률에는 임차인이 받을 손해배상액을 새 임차인이 내기로 한 권리금과 당시의 권리금(시세) 중 낮은 금액으로 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국토교통부장관은 권리금에 대한 감정평가의 절차와 방법 등에 관한 기준을 고시할 수 있는데, 국토부가 권리금 산정기준을 마련할 때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권리금과 관련된 분쟁해결과 관련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조정기구의 설치가 개정 법률에서는 빠졌다. 이 때문에 권리금 법제화에 따른 권리금 분쟁이 발생하면 사실상 민사소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법률안을 입안하는데 있어 임대인, 세입자(임차인) 등을 통한 의견수렴과 입장 등이 충분히 검토되어 졌는지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2009년 용산 사태이후 6년여 만에 권리금의 법제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상가권리금 보호를 위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조항의 경우 불명확하고 애매하게 정해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상가권리금을 놓고 분쟁을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세부적인 가이드라인과 합리적인 권리금 산정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경영학박사 이 해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