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부동산협회

제2의 실업자를 양산하는 공인중개사시험제도

1985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제도는 부동산중개업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공인중개사 시험제도를 둘러싼 잡음은 2000년부터 해마다 이어져 오고 있으며, 2004년에는 다섯 개 시험문제에 오류가 있어 모두 복수정답 처리되는가 하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시험사상 1.5%(2차 기준)라는 최저 합격률을 기록하여 추가시험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까지 이어진 부끄러운 과거가 있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2012년 제23회까지 325,486명이 배출되었으며, 합격자중 개업율은 23%에 불과하다. 부동산거래시장위축으로 시험응시인원이 제13회(2002년) 159,795명에서 제23회(2012년) 44,540명으로 1/4수준으로 급감했지만 합격률은 12%에서 25.5%로 되레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과연 정부가 시장수요에 따라 선발인원을 조절하는 노력이라도 하고 있는지 의심이 된다.

공인중개사시험제도의 대표적인 문제는 과다배출에 있다. 부동산시장 환경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시험과목, 시험방법 등 제도가 변화 없이 운영되고 있다.

1983년 12월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에 따른 제도도입이후 23차례의 시험을 시행하여 왔지만 국민윤리과목이 제외된 이외에는 28년간 시험과목 등의 변동 없이 그대로 운영되어 부동산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수험생들의 이론이나 중개업 실무능력의 예비적 검증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그동안 시험과목 개편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당시 건설교통부는 공인중개사 자격제도 전반의 개선을 위해 한국토지공사에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중개업을 하기 위해서는 1년간 수습을 의무화하고, 표준교과서와 과목별 합격 제를 도입하고 과목을 부동산중개, 부동산사법 및 권리분석, 부동산경제 및 금융, 부동산공법 등 4개 과목으로 하자는 결론까지 도출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2009년 6월에는 국토연구원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의 난이도 조절의 한계에 대한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인원합격제의 도입을 주장한 바 있으나 과다규제라는 정부의 문제제기로 철회되었고, 2010년에도 국토해양부에서 공인중개사시험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하려다 무산된 바 있다. 이처럼 공인중개사시험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정부가 공감하면서도 수험생들을 의식해서인지 뚜렷할만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실업자구제책으로 공인중개사시험제도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작 중개업자는 부동산거래 침체로 한 달에 한 건 계약서 작성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휴․폐업이 반복되고 이로 인해 공인중개사들 가산의 탕진은 물론 또 다른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수험생들 역시 자격증을 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과당경쟁의 냉혹한 중개시장의 현실이 더 잔인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수험생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시험제도 개편을 통해 중개업자의 전문성을 제고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피할 일이 아니다. 매해 선발 최대인원을 사전에 확정하고 한문혼용은 물론 시험과목에 영어나 민사집행법 과목 추가해야 한다. 이미 감정평가사는 2000년에 부동산시장개방 등을 이유로 영어 과목을 도입한바 있다.

나아가 넘쳐나는 공인중개사들로 인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험선발인원을 적절히 규제하는 상대평가제를 재도입해야 한다. 공인중개사는 국민의 재산권을 다루는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 직업이다. 정부는 부동산중개시장의 현실을 직시하여 ‘최소한’의 자격이 아니라 ‘최선’의 자격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힘써야 한다